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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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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ostalgic diary/끼적끼적....

외갓집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18. 20:01

따스한 봄볕 받으며 
삐비 뽑던 그 언덕은
아직 살아 있을까
소나기를 피해 친구와 숨어들어가던
그 노적가리는 지붕으로 올라갔을까
물장구치던 개울가
무섭던 왕발 가재는 여적 살고 있을까
골초 외할머니의 곰방대는 
아직 그곳에 숨겨져 있을까
감꽃이 필 때면 
엄마를 위해 만들던 꽃 목걸이
무서운 부리로 쪼아 때던
뚱뚱하고 사나운 타조는 어디로 갔을까
비바람에 떨어진 어린 감을 우리 던 
귀 나간 항아리는
아직 뒤뜰에 남아 있을까
엄마가 그리운 손녀
토방에 올라 말없이 눈물 흘릴 때
돌 사탕 하나 꺼내 주시던 
외할머니의 검게 그을린 시렁은 
아직 남아 있을까
밤이면 처녀 귀신이 나와서 피를 토하고 간다 던
성황당 그 바위에 남아 있던 것은 
정말 슬픈 처녀 귀신의 흔적이었을까
그때 
나는 어쩌다 외가에서 자랐을까
노을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러웠을까
밤이 그렇게 무서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가끔씩 나타 나는
알 수 없는 내 쓸쓸함은
내 유년의 아픈 생채기 때문일까
그 높은 동네 담장들은 
빗물 참방 거리고 뛰던 넓은 골목은,
고래 등 같은 큰 기와지붕들은,
우주와 같이 넓던 마당은,
끝이 보이지 않던 그 나무는
어쩌다 그렇게들 작아졌을까
긴 장대로 닭을 쫓지 못한다고 
버럭 성화를 하시던
호랑이 외할머니,
외가가 그리운 날
앞집 감나무에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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