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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낙서 본문
이름 모를 맑은 새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새들이 깃들어 있는 나무들은 긴 팔을 깃발처럼 사방팔방 흔들어 대고
언젠가는 떨어질 나뭇 잎새들은 영원할 것처럼 한참 물이 오른다.
동이 트면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난다
습관처럼 편의 점에 들러서 담배를 사가는 사람의 긴 한숨 소리가 시작되고
아직 잠을 떼내지 못한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젊은 남자가 버스를 타기 위해 타박타박 걷는 발자국 소리도 들린다.
두 뼘 남짓한 책 속에 인생을 담보로 잡힌 파리한 입시생의 맥없이 바쁜 달음박질 소리가 골목을 울린다.
뜨거운 태양이 달아오를 때쯤 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 소리가 쨍쨍하다
근력 없는 발로 공을 차며 연신 헛발길질을 하는 아이와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묻어 있는 교사의 질책 소리가 간간히 낮으막 하게 들린다.
아마도 그 교사는 옛날 그 시절을 늘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리고는 드문드문 마이크를 장착한 트럭 야채장수 소리가 들리다가 그럭저럭 나른한 오후가 기울어 간다.
저녁이 되어 요란한 불빛으로 옷을 입은 동네,
고기 굽는 냄새는 동네로 마실 나와 사람들의 흥청망청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고 그 유혹들을 못 이겨 사람들과 동네는 점점 비대해져 간다.
뇌쇄적인 불빛이 흐르는 어두운 술집 의자에는 취한 아가씨들에게 위로를 갈구하는 힘없는 가장들이 술잔을 부딪히며 금세 깨질 결속을 다지고 있다.
명함을 주고받으며 가격을 흥정하는 마음 바쁜 대리 운전기사는 인사가 늘어지는 남자에게 빨리 타라며 걸음을 재촉한다.
흐드러지게 피어 나는 꽃들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람들은 이렇게 봄과 여름을 보내고..
엄동설한 혹독한 겨울을 만나고 그때서야 정신이 퍼뜩 든다.
이미 잃어버린 계절은 다시 찾을 수없고
또다시 새로운 봄을 맞이할 때쯤이면
게으름과 무기력으로 무장한 망각이라는 사단은 또 사람들을 홀린다.
새벽이 되어야 동네는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간다
봄날이 흔적 없이 흘러가듯 구원받지 못한 인생도 그렇게 버려진다.
동네는 늘 고요가 부족하다.
여름 한낮 더위에 지친 나는 무의 도식하고 싶은데 철없는 위장은 속이 비었다고 신호를 보내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먹기 싫을 땐 몇 날 며칠이고 속을 비워도 되는 몸뚱아리였으면 좋겠다고생각하는 게으른 머리를 따라 불만 가득한 입도 툴툴 거리는 추임새를 넣으며 주방으로 나온다 언제나 차가운 Mr 냉장고씨의 가슴을 열어 재끼고 이리저리 뒤적이다 보니 게으른 손에 잡히는 것은 먹다 남은 봉지속 어묵 두장 , 또 다시 게으른 손은 느리적느리적 양파에게 손 내밀고 봉지 안에서 몇일 동안 소외된 버섯에게도 손 내밀어 그것들을 살살 유혹해 끌고 나와 줄줄이 조리대 위에서 사열을 시킨다. 손은 다정하게 손 잡고 나온 놈들을 하나씩 하나씩 도마 위에 세워 두고 사형수를 앞에 두고 춤사위를 벌이는 망나니처럼 비장한 칼질에 돌입한다
딱! 딱! 딱!
또각또각 또각또각
다다다다 다닥 다다다다닥
인정사정없는 칼질에는 리듬이 붙고 덥고 무력한 여름 한낮 공기를 가른다. 게으른 발이 몸을 가스레인지 가까이로 유혹하고 칼질의 리듬감이 아직 살아있는 있는 손은 재빨리 레인지에 불을 지피고 냄비를 얹고 형태가 뭉그러진 야채 잔해들을 무섭게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냄비 속에 한꺼번에 넣고 끓인다. 마지막엔 자본주의의 위대한 유산 신라면 한 봉지를 투하하고 더운 여름날 게으른 몸이 게으른 식사를 한다. 게으른 사람이 있는 주방 밖 세상도 지쳐있다고 라디오 정오의 뉴스가 말한다 암담하고 슬픈 소식들이다 피서길 나섰던 가족을 태운 산타페 차량이 알 수 없는 급발진으로 길가에 세워둔 대형 트레일러에 부딪혀서 세 살 백이 아기를 포함한 일가족 세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을 했고, 이화 여대생들이 학교가 펑생교육원을 세워 학위 장사를 한다며 직장인 단과반 개설을 반대하고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교수들을 감금하다 경찰들과 몸싸움을 했다는 소식, 우울증을 앓고 있는 대학 교수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학교 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비보, 복한이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에 떨어졌다며 사거리 연장 800KM가 의미 심장 했다는 내용 , 서울 영등포 시장에서 조 모 씨가 새벽까지 술에 취해 있다가 방화를 하여 큰 불이 났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다고 , 마지막 소식은 정부 각 부처와 산하 기관 1급 이상 고위 공무워들이 721명 중 96명이 비상장 주식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고 불안한 세상을 담담히 읽어 가는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세상도 더위를 먹어 가는 중인 것이다. 지지부진한 장마가 말없이 비켜 가기만 기다리는 나무들, 집들, 사람들, 강아지, 길고양이, 산 , 들 그나마 더위와 맞서 강하게 저항하는 것들은 뜨거운 길 위를 여전히 쌩쌩 달리는 안하무인 자동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