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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시간의 강 본문

a nostalgic diary/끼적끼적....

시간의 강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18. 20:21

하늘이 어둡고 스산하다
바람이 피리 소리를 내고 있다
춤을 추는 어떤 영혼들의 노랫소리 같다
모든 것이 죽은 듯 숨을 쉬지 않던 텅 빈 그때 같다
마알간 눈빛으로 가난한 삶을 두렵게 마주하던 때
어린 나는 위태로운 꿈을 안고 늘 두려웠고
세상은 내게 배멀미 같은 현기증을 주었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당신과 손잡던 어느 날
밤하늘 홀로 반짝거리는 용감한 작은 별처럼,
싸늘한 지면을 오르는 이른 봄 연둣빛 새싹처럼,
마음속 깊이 도둑처럼 웅크리던 두려움을 찾아 내치고 있었다
비어 있는 눈으로 당신을 향하던 수줍은 얼굴처럼
창백했던 내 인생에 홍조가 띠기 시작했다
비로소 세상은 내게 봄꽃 핀 언덕이 되었다
이제 나는 거대한 시간의 강줄기와 함께 흐르고 있다
그것이 수마처럼 당신과 나의 추억들을 하나씩 삼키기 시작하고
내 지난 삶의 흔적들은 깊은 강바닥에 수장할지라도
거대하게 회오리치며 목숨을 위협하는 시간의 강줄기를 거슬러서라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수몰하는 강을 노래하며 헤엄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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