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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본문

좋은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14. 00:18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햇살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늘

기쁨을 더욱 가치롭게 해주는  슬픔.....

햇빛을 햇빛이게 하는 것은 햇빛이 아니고, 그늘일 수 있다. 세상에 만일 햇빛만 있다면 그것의 밝고 환한 덕성이 차별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늘은 햇빛이 햇빛일 수 있도록 하는 대항 기제인 셈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세상에 슬픔과 고통이 없으면 진정한 기쁨과 행복도 있을 수 없다. 기쁨과 행복을 기쁨과 행복이게 하는 것은 슬픔과 고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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