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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시화방조제/ 장경리 해수욕장 / 카페 해랑 본문

a nostalgic diary

시화방조제/ 장경리 해수욕장 / 카페 해랑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6. 02:00

코로나 19 때문에 봄다운 봄을 만나지 못하는 '블루 봄'

친구와 함께 시화 방조제를 지나, 구봉도, 영흥도, 심리포 해수욕장. 장경리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코로나에, 평일... 늘 붐비던 방조제 도로는 시원하게 뚫리고,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쳐다보니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세상에서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으로 비유하고 이생을, 잠시 다녀가는 소풍으로 표현 한 시세상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무욕의 시선으로 현실을 초탈한 달관적인 삶의 자세로 살아갔던 평생의 시인의 인생관이 묻어 있는 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님을 떠올리면 아름다운 그의 아내가 떠오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화방조제 위를 달리는 동안

고민이 많아 마음이 꽉 막혀  무겁다던 내 친구 마음도 , 시화방조제길처럼 시원하게 뚫린다고...

날개를 단 듯이 가벼워진 마음으로 일상탈출을 꿈꾸는 하루는 어찌 그리 빨리 흐르던지..

오늘은 유난히 빨리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었다.

 

 

 

 

작년 여름 가족들과 함께 머물던 구봉도 펜션 뒤 작은 야산에 오르니 수수한 진달래 꽃들이 하늘하늘 반긴다. 나이가 들수록 화려한 것들 보다, 실눈을 뜨고 봐야 할 정도로 작고 수수한 것들이 곱고 예쁘다. 앞뒤 안 가리고 저돌적이고 시끄럽던 마음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 더 깊어지고, 고요해지는 탓이리라. 산에 오르는 동안 김소월 님의 시 '진달래가' 절로 낭송되고 마음은 새처럼 명랑해진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寧邊에 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누구나의 마음에 색인처럼 남겨질 '첫사랑'

그 뒤에 남을, 보라색 멍자국 '임'

시인은 임을 얼마나 사랑했길래...

이렇게 절절한 시가 나왔을까?

 

 

 

 

십리포 해수욕장은 약 4㎞의 왕모래와 자갈이 섞인 해변, 1km의 고운 모래밭으로 이루어졌다.

해수욕장 자체도 아름답지만, 십리포 해수욕장의 백미는 바로 전국 유일의 해변 괴수목 '소사나무'가 있다.

 

십리포 해수욕장의 수백 년 된 소사나무 숲은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정자나무 역할을,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며 마을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텐트를 칠 수 있는 대들보가 돼주는 고마운 나무다.

 

 

 

 십리포 해수욕장이 텅 비어있다. 겨울 바다는 그래서 좋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여백의 미가 있으니까

"그런데 동양화 중 산수화에 산을 그린 풍경은 많은데 왜 바다를 그린 산수화를 보기 드물까?" 

 

엉뚱한 생각을 하다 앞을 바라보니 앙상한 가지만 남은 십리포 해수욕장 명물 소사나무 군락지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다. 몸을 비비 꼬고는 있지만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 있고 융통성이 있어 보인다.

 

 

 

 

한여름에 사람들과 비치파라솔로 꽉 채워지던 풍경과 다르게 겨울 십리포 해수욕장 풍경이 고요하고 평안하다. 그래... 바다도 "여름 한 철 극성스러운 사람들에게 달달 볶이려면  겨울 한철 잘 쉬어야겠지..."라는 마음이 든다.

고운 모래사장에 한가로이 먹이를 찾고 있는 갈매기를 보니  왜 조용필 ' 부산 갈매기'가 떠오를까? ㅋㅋ

모든 것들이 참 여유롭다.

 

 

 

 

까르르 깔깔 웃으며 해변에서 뛰어다니는 리아 웃음소리가 빈 하늘에 퍼진다.

내 삶의 모든 그늘을 거둬주는 아기 리아 웃음소리는 마음을 치유하는 명약,

" 리아는 바다 좋아요" " 바다가 너무 많다"를 말하며 뛰어다니는 행복해 보이는 리아,

'바다가 크다'를 '바다가 많다'라고 말하는 그 미완성된 표현이 더 사랑스럽다.

고운 모래 위에서 하얀 조개껍데기를 모으는 리아의 작은 손이 예쁘다.

호랑이도, 조개도 죽으면 껍데기라도 남기지만 사람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구나.... 

 

 

 

 

우리나라 봄은 산천이 참 곱다.

십리포 해수욕장을 지나고 이제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가에는 봄꽃들이 만개했다.

목련, 벚꽃, 진달래, 개나리 등... 자세히 보니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제비꽃도 길가에 한 무리가 피어있다.

곧 있으면 사방에서 벚꽃들은 팝콘처럼 터지리라...

 

 

 

 

"건강한 생각과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있는 이곳을 내게 주어진 모든 일들을 즐기며 감사함으로 살아보려 한다."라며 말하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을 가진, 어느 연예인의 고백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에게도, 내게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화사한 봄날' 같이 포근한 날들이 선물처럼 찾아와 주니,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것이겠지...

 

 

 

 

벌써 밖에는 어둠이 내린다.

대부도에 오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대부도 장경리 해수욕장 해변가에 있는 카페'해랑'

코로나 여파인지 예쁜 카페 실내가 한산하고 여유롭다.

사람이 살다 보면, 유난히 붙잡고 싶은 날이 있다.

그냥 흘러 보내고 싶지 않고 그대로 망부석이 되고 싶은 날,

고향 친구와 함께 있는 오늘처럼..

 

 

 

 

장경 해수욕장 해변가에 있는 카페 '해랑'  부제가 '그림 그리는 여자'라고...

카페 해랑은 그림을 그리는 여자 사장님, 보이차 전문가이신 남자 사장님이 함께 운영하시는 듯

같은 동향인 만나서 반갑다며 내려 주신 30년 산 보이차는  입안에 착 감기면서 향도 강하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그림과 이런저런 소품들로 가득 찬 카페 '해랑' 실내 풍경이 이곳 장경리 해수욕장과 잘 어울린다.

도시에서 쉽게 만나는 빈티지하고 심플,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이곳에 어울리는 카페라는 생각이 든다. 카페 주인장의 양해를 얻어 이곳저곳 무작정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늘 드는 생각은 '진즉에 사진 찍는 법을 좀 배워 둘걸...'

 

 

 

 

하늘하늘한 하얀 레이스 천으로 만들어진 커튼이 드린 창이 예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호박죽 먹으며, 차마 시며, 대부도 카페 '해랑'에서 보내는 시간은

종일 이야기하며 참새처럼 재잘거려도 질리지 않을 듯...

 

 

 

 

주택가가 보이는 창,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내 말에

'우린 어쩌다 한 번이니까 그렇지 이곳 분들은 지루하지 않겠니?" 친구의 대답이다.

난 지루하더라도 소음이 없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데..

새소리, 파도 소리 들으며, 철 철이 꽃과 나무들의 변화를 보며, 계절을 느끼며...

벌써 내 나이가 이렇게 되었다니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을 요즘 절감하고 있다.

 

 

 

 

대부도 카페 '해랑'에서 가장 단정한 풍경의 방이 눈에 띈다. 그림과 책이 있는 방이다.

일상 중에 유난히 지친 날 이 방에 책 한 권 들고 와서 바다를 바라보며 종일 책을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다.'이참에 내 아지트 만들어볼까?'

 

 

 

 

보라색이 많다. 나처럼 보라색을 좋아하던 천경자 화가의 작품 '탱고가 흐르는 황혼'이 떠오른다.

그녀는 보라색과 함께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꽃과 여인을 많이 그렸었는데...

천경자 화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성을 간직한 의식과 감각세계를 그렸었다.

환상적인 주제 전개, 자유분망해보이는 색상으로 그녀만의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화풍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곳에 해랑에도 그림 그리는 여주인의 작품 이사방에 걸려있다. 좋아 보인다.

한때 작은 카페를 만들어서 좋아하는 차 마시며,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음악 들으며 살고 싶은 때도 있었지....

이곳에도 사방이 보라색이다. 보라색을 좋아하면 자의식이 높고 창의적이라는데...

보라색을 아주 좋아하는 나는 제비꽃, 엉겅퀴, 봄까치꽃,달개비등 보라색 들꽃을  좋아한다.

 

 

 

중국 보이차를 전문으로 취급하시는 남자 사장님의 찻잔들

아쉽게도 바쁜 여름에는 보이차를 만날 수 없다니 여름이 되기 전에 보이차 마시러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

 

 

 

 

대부도 카페 '해랑' 실내에서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 쪽 실내에서 찍은 바다 풍경이다.

노을이 보고 싶어서 들려왔는데

'오는 날이 장날이다'라고 붉은 노을이 구름 뒤로 숨은 날이다.

 비록, 짧은 반나절 드라이브였지만 그래도 좋은 친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다.

 

 

 

 

불타는 노을은 아니지만 , 은은한 황금빛 노을이 지고 있다.

해거름이면 귀소본능이 작용하는 듯...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느라 잠깐 잊고 있었던 내 식구들 생각이 난다.

식구들 저녁식사는 잘했는지 통화하고, 주부 본색을 찾는 순간부터 머릿속은 온통 가족 생각..

 

 

 

카페 '해랑'을 나와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굴이 제철이라는 말에 굴밥을 먹었다.

바다 향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굴 밥을 뜨니, 굴밥 한 숟가락에 넓은 바다가 통째로 들어 있는 기분이다.

친구와 함께 행복한 소풍을 다녀오면서 드는 생각은 사는 것이 별것 아니다.라는 것

내게 주어진 작은 순간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자족하며 살아야겠다는 것

 

 

 

친구와 함께 이광조 씨의 오래된 노래 ;나들이'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마음은 왜 그리 따뜻하던지....

 

 

이광조 /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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