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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아득한 것에 대하여 본문
김양채
수평선을 넘어가는 배를 보라
닿을 수 없는 그곳으로 가는 배를 보라
사는 곳을 벗어나 수평선을 넘어가는 사람들
그곳엔 희망이 있다고
그곳엔 아득한 희망이 있다고
아득함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언제부터 아득함이 희망으로 되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끝이 없는 아득한 바다 위에서
희망보다는 오히려 아득함이 좋았다
기다리는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고
돌아갈 곳도 없었다
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득함으로 채웠고
사람들은 아득함으로 배를 불렸다
수평선 너머 다시 수평선이 나올 때까지
끝도 없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사람들
아마도 아득함은 그들의 몫인지도 몰랐다
언제 웃었는지 기억할 수 없었고
언제 화를 내었는지도 기억할 수 없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아득한 곳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위어가는 점들은 살아왔던 삶이고
가까워지는 점들은 살아갈 삶이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가 점점 멀어져간다
바다에서 사람들은 아득하기만 하다
아득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바다로 가라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아득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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