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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달의 문장 본문

좋은 시

달의 문장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13. 15:17

말들이 단단하게 쏟아지는 새벽이다

어제와 새로운 결별처럼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처럼 서울에서 힌두쿠시 산맥까지 순식간 도착하는데 승패우열은 없다지

말 의 근원을 따라 열려 있는 말을 듣다보면 그치지 않는 말들

지도가 보인다 텅 빈 달의 속삭임이 보인다 떨어지는 달의 문장이 지나가고 책상이 지나간다

언제 떠날지 궁금해지는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쌀 한 짐보다 무거운 눈꺼풀

중심과 원심을 당기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새벽의 문장

아타카마 사막, 안개그물에 카만차카가 걸리듯 풍화된 글들이 생성되고 있다

잠을 자고 싶은데 자꾸 말을 시키는 그대는, 외로움을 휘두르는 나는

내공內功이 없는 내공內空이라 온순해지는

일상의 주름이 나가고 달의 귀가 덜컹거리고

오아시스에 잠기듯 나의 달이 너의 눈빛에 젖는

지극한 말은 쇠와 돌도 열리게 한다지 잃어버린 기적이 미래를 부를 때

달빛을 머금은 말을 두드린다

말과 말을 섞는 순간, 달의 문장이 궁금해지는

서재는 실패의 과정을 지켜본 무서운 각오다 반달을 초승달문장으로 바꾸는

말들이 들어오고 있다 존재라는 것을 아니, 꿈틀거리는 달의 문장을 읽고 있다

먼 길 걷고 걸어왔던 달빛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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