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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슬픔 본문
슬픔은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다. 살다 보면 이별이나 상실, 좌절의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가슴 밑바닥에는 안개처럼 막막하고 막연한 슬픔이 깔려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의 내면은 습기로 눅눅하다.
작년에 고인 눈물이 금년에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누기가 치는 마음에서지극히 천천히 형성되는 결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런 불가사의한 눈물은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어렵다. 그건 영혼의 딘주이기 때문이다.
작은 못 하나 밖는데도 온 집이 흔들린다.
목을 박아본 사람은 알리라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도 이와 같다.
하지만 못을 빼낼때는 소리가 없다.
비교적 가볍게 빠진다.
자국도 거의 남지 않는다.
화해하고 용서 하는 일도 이와 같다.
돌이켜 보니 나는 누군가에게 가장 큰 대못을 박았다.
평생 애써도 빼지 못할 큰 못을 박았다.
못을 박아놓고 너무 세월이 흐르면 못이 삭아 뺄 수가 없다.
몇해 전 나도 못을 박은 이에게 화해를 구하려 시도 헸으나 실패했다.
돌이켜 보니 못을 빼러 다시 만난 그 자리에서 언변이 없는 나는 그의 마음에 다시 못을 박은 것 같다.
그의 마음에 박아 놓은 못은 뺄 수 없을 만큼 삭아버렸을까?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못을 빼내는 데도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내 마음에 새로운 못이 박혔다.
빼 낼 기약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큰 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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