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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가을 아침 사색 본문
모든 나뭇잎이 꽃이 되어 피는 가을은 제2의 봄이다. 봄의 절정이 끝나간다. 이 때쯤이면 '선운사의 꽃무릇도 지고 있을텐데....파란 하늘 아래 부드러운 융단처럼 바람에 따라 결이 쓸리는 선운사의 꽃무릇은 장관이었다. 그러고보니 조용한 밤이되면 오케스트라 연주회라도 열리듯 집 앞 광덕산 산책로 입구에서 청아하게 울어대던 풀벌레 소리들이 사라진 것도 눈치 못채고 있었구나.내.마음이 바쁜 사이에 사방에는 가을이 아름다움의 절정을 터트리다 벌써 사그라지고 있다. 마치 대단원의 피날레를 위해 1년을 기다려왔다듯이 절정의 끝을 넘어 가을이 지고 있다. 집 앞 작은 광덕산에도 쪼르르 떨어질것 같은 늦가을의 비취색 물방울에 가을의 냄새가 홍건하게 베어있다. 깊어지는 밤이 될수록 병색이 깊어지듯이 가을이 깊어지면 사색도 깊어진다.
역병 코로나를 지나며 만난 올 가을에는 자기연민에 빠져 사치스런 가을 타령으로 끝내지 않고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고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 하고 나보다 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는 계절이 되야겠다. 또 나는 지금 어디에 와있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고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기도 속에서 찾아야한다 . 지금 자동차로 달려 온 길 위에는 바람따라 플라타나스 잎이 공중 비행을 하기도 하고 길 위에서 굴러다니기도 한다. 나뭇 잎을 떨구어낸 나무 둥치는 휑하다. 햇빛을 받아 자신에게 생기를 주던 잎을 보내야 하는 나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헐렁헐렁하고 여유로운 가을 풍경은 욕심을 내려놓게 한다. 잘 발라낸 생선뼈처럼 앙상한 자작나무 숲에는 바람이 지날 때 마다 마음이 가난한 이의 정갈한 노래 소리가 들리고, 붉게 타오르는 메타세콰이어의 쭉 뻗은 길위로, 흐지부지 쫒기듯 황망하게 떨어진 붉은 잎들이 서로를 포개며 체온을 나누고, 홍시빛 주단이 되어 깔린다. 바람이 부는날 바람의 지휘 따라 만들어 낸 플라타나스의 군무을 보고 있자면 웬지 쓸쓸하다. 다른 낙엽들의 떨어진 자리처럼 융단 같지도 , 비단 같지도 않고 떨어진 지리가 산만하고 거칠다. 언젠가 내가 낙하한 자리에는 어떤 풍경이 남을까 ? 추하거나, 부끄러운 풍경을 남기지 않도록 지울 것은 깨끗히 지우고 마음 다시 추스리고 지금부터 다시 잘 그려나가야겠다.
늦은 가을을 지나는 길위에 서서 라이너 마리아의 시를 읊으며 겨울로 들어가는 문앞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노크한다..이 가을에 나와 내 식구들과 그리고 하나님이 내게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겸손히 기도 제목을 찾고 깊은 기도 속에서 가을의 안식을 누려야겠다. 가을을 사랑했던 소녀는 지금 할머니가 되어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할 길목에 서 있다. 아마도 내 인생 나이도 가을쯤 되겠다. 이제 어떻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까 생각할 때다.
가을날에 / 라이너마리아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열매 무르익음을 재촉 하시고
포도주에 마지막 단 맛이
짙게 베이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도록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이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헤맬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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