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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오이도 본문

a nostalgic diary/끼적끼적....

오이도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5. 17:03

오이도를 가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날씨가 제법 맑은 오늘은 등대에 올라서니 눈 앞에 인천이 보인다. '등대지기'는 오이도에 와서 빨간 등대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부르면, 마치 내가 외로운 섬에 홀로 남은 등대지기가 된 것처럼 왜 그리 마음은 늘 서글퍼지던지...  너무도 외롭던 시절 내 마음의 위로가 되어 주던 소중한 친구 K가 그리운 날이다. 

 

 

 

 

조금이라도 더 바다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사람들이 만든 노란색 다리가 파란색 바다와 대비를 이룬다. 이곳 오이도에 오면  저 멀리 인천 빌딩들 숲과 하얀 구름이 손잡고 그려내는 멋진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어떤 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구름이 흘러가고 그 자리에 노을이 채색하는 하늘.. 오이도에 밤이 찾아온다.

 

 

 

 

'오이도'라는 이름은 지형이 까마귀의 귀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 육지와 떨어진 작은 섬을  간척해서 불린 땅이라고 한다. 오이도에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가 되면 갯벌이 민낯을 드러낸다. 옛날에는 가끔 옆으로 걷는 털게나 칠게 들의 바지런한 걸음마나, 팔딱팔딱 갯벌 위로 뛰어오르던 못생긴 어류 망둥이, 그리고 조개가 있었는데 요즘은 통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곁에 가까이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그것들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애틋해하고 아쉬워한다. 갯벌의 심장이 펄떡펄떡 뛰며 온갖 생물들을 품고 있을 때,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면서 갯벌과 함께 뒹굴 때, 갯벌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갯벌이 지쳐 숨을 못 쉬며 폐사해 가니 사람들은 이제야 갯벌을 살려야 한다고 요란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욕심 없는 착한 마음로 우리와 함께 해주던 것들이, 이기적인 사람들 곁에서 하나, 둘 멀어지고 있다. 그것들이 사라지는 그 길을 언젠가는 사람들도 따라갈 텐데....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긋한 바다 냄새, 오이도에 오면 짭조름하고 비린 뻘 냄새가 좋다.

 

 

 

 

소풍의 진수는 먹거리...오이도 먹거리는  회보다 파전과 칼국수다. 바람 부는 오이도 둑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요란한 간판들이 시끄럽게 호객 행위 중이다." 내 고향 전라도로 오세요."" 엄마손 칼국수와 치즈 조개 구이 맛있어요."라고 간판들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한쪽 골목 귀퉁이에 쪼그라져 있듯이 존재감 없어 보이는, 낡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식당 앞에 귀가 찢긴 현수막이 수줍은 듯 나를 부른다." 이곳에도... 칼국수랑, 파전 있어요."라고..

 

 

 

 

노파의 굵게 파인 주름진 손에 눈길이 간다. 얼마나 많은 시간 파전을 굽고 칼국수를 끓이셨을까? 낙지, 백합, 온갖 해물이 들어 있다는 오이도 칼국수가 아닌, 바지락 몇 개에 애호박 몇 가닥, 대파 송송....  외할머니 마음이 느껴지는 소박한 칼국수가 정겹다. 구수한 멸치 육수도 좋고... 무엇이든 때론,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법 ^^ 소박한 애호박 칼국수가 바닷 바람에 식은 몸을 따듯한 칼국수 국물이 데워준다. 

 

 

 

 

이것은 진정 파전이 아니다. 파로 만든 야채 해물 빵이라고 불러야 할까? 파 해물 떡이라고 불러야 할까? 두께가 놀랍다.^^ 후덕한 할머니의 인심만큼이나 해물 파전이 두껍다. 같이 간 식구 Brandon은 연신, "I'm full"  "I'm full" 우리들 마음도 파전의 두께만큼이나 돈독해지는 시간이다. 해물로 가득 채워진 파전은 거의 기름에 튀겨낸 수준,

 

 

 

 오이도 맛집,

오이도 맛집 :해운대 조개구이 조개요리

주소 / 경기 시흥시 오이도로 187

지번 / 경기 시흥시 정왕동 2006-15

전화 / 031-433-9980

영업 / 매일 00:00~24:00

 

 

 

오이도 맛집 : 정동진 횟집

주소 / 경기 시흥시 오이도로 151-1

지번 / 경기 시흥시 정왕동 1973-15

전화 / 031-497-0895

영업 / 매일 00:00~24:00

 

 

 

 

소래포구와 새우젓,

 

새우젓을 사려고 소래포구로 건너왔다. 소래()라는 지명에는 여러 가지 유래가 있다. 먼저 당나라 장수 소정방과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신라 660년 무열왕 때 7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장수 소정방을 출격시킨 곳, 그때 출한 곳이 중국 산둥성의 내주()였고, 도착한 곳이 오늘날의 소래포구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소정방의 소()와 내주의 래()를 취해 ‘소래’가 되었다는 설이다. 그밖에 과거 이 지역의 냇가에 소나무 숲이 울창해 ‘솔내()’로 불리다가 소래가 되었다는 설 이야기도, 이 지역의 모양이 소라처럼 생겨 소래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그리고 땅이 좁다는 뜻의 ‘솔다’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소래포구에 오면 인천과 소래포구를 오가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생각난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봄가을이면 들꽃 사이를 철컹철컹 달리던 꼬마 열차였다. 수인선 협궤 열차를 타면 염전도 볼 수 있었다는데...

 

소래포구, 수인선 협궤열차 가는 1937년 7월 11일에 개통했다고 한다. 열차는 수원시~인천시를 오가는 철도노선이었다. 일제가 소금과 곡물 등, 식량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철도라 고한다. 해방 후에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고....

 

 

 옛날에는 김장철이면 주부들은 소래포구로 새우를 사러 가기 위해 수인선 협궤열차를 탔다고 한다. 1990년대에 협궤열차 기본운임이 160원, 수원~송도 간 왕복 운임은 370원이었다고 370 하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그러나 이제 빛바랜 추억으로만 남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 수인선 협궤열차'다.

 

 

 

 

소래포구의 밤이 반짝인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빛을 모아 만든 소래포구의 야경이 낯에 보는 소래포구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생선 비린내, 썩은 갯벌 내음, 파전 뒤 어질러진 시장 골목도 마술사 자팡이 한 번으로 휘리리릭 뒤집어 놓은 듯 먼 이방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처럼'??처럼 화려하게 둔갑을 했다. 화려한 빛의 마력은 거의 창조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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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질척이는 길처럼, 짠물이 늘 고여있는 수산 시장에 들어섰다. 수산 시장에 오면  피곤한 일상에 쳐진 마음이 생기발랄해진다. 소래 포구 시장은 광어회, 새우튀김, 소라찜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시장에 들어 서면 손님을 기다리던 점포 주인들들이 여기저기서 부른다. 이럴 때 참 난감하다.

 

 

 

 

큰 손님도 아니고 새우젓 한 봉 사려는데... 나는 가재 눈을 하고 모른 척 슬쩍 슬 척 지나는데, 늦은 식사를 하시는지 할머니 한 분이 작은 생선 가게 좌파대 앞에서 국밥을 드시고 계신다." 할머니 식사가 늦으셨네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없어서 밥 한 끼도 아까워..."할머니께 새우젓 한 봉지와 자반고등어 한 손을 사 가지고 돌아 나왔다. 할머니 모습에서 찬물에 밥을 말아서 구운 자반고등어를 즐겨 드시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할머니의 모습은 헌신적으로 우리를 키우시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갈.....

 

 

 

 

소래포구의 특산물은 새우젓이다. 가끔 운이 좋은 날이면 하얗고 싱싱한  꼴뚜기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꼴뚜기를 소래포구에서 보기 드물다. 짜지도 않고 맛있는 소래포구의 새우젓은 전국에서 일아봐 줄 정도로 명물이라고...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새우젓 한 되를 담으시고 환히 웃으시며 덤으로 새우젓을  한 줌 더 얹어 주신다.

 

 

 

 

 소래포구는 어머니 생전에 자주 오시던 곳이다. 어머니와 함께 갯비린내를 맡던 선착장, 우리 가족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차를 마시던 찻집... 육류를 못 드시던 어머니가 유난히 좋아하시던 조개구이집, 어머니는 유난히 가리비 구이를 좋아하셨다. 소래포구를 이곳저곳 걷다 보니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어머니와 추억이 있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장미꽃이 필 때쯤이면 밥맛이 없고 소화가 안된다시며 새우젓에 고춧가루 넣고 쪽파 송송 썰어서 밥에 비벼 드셨다. 어머니는, 소래포구 " 새우젓은 참  달고 소화가 잘 돼서 좋더라"시며 흡족해하셨는데....

 

 

 

 

소래포구에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오면 늘 조개구이를 드셨다."내가 너희 집 와서  호강한다. 시골 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해야겠다." 평소에 자식 자랑거리를 만들어 드리지 못한 변변치 못한 나는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죄송했다. " 늙으면 자식 자랑 밖에 친구들 만나면 할 말이 없더라." 하시며 웃으시던 모습과 "그런데 조개 구이가 몇 년만 못하다. ""혹시.. 수입산일 거나?"조개가 왜 이렇게 질길꺼나?" 라며 말하시던 어머니의 표정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본인이 점점 나이 들어가시고 약해지신다는 생각은 미처 못하신 것일까? 소래포구 조개가 질겨진다고만 생각하시는 어머니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달리는 세월이 그렇게 무정하고 야속하게 느껴지던지... , 소래포구 조개구이집을 지나오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소래포구 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 밤이 깊어간다. 시장 사람들은 서서히 좌판을 걷기 시작하고 선창가에서 사람들이 팔다 버린 생선 찌꺼기를 찾고 있던 갈매기 한 마리가 후다다닥 하늘로 날아오른다. 갯벌에서 먹이를 찾던 갈매기들도 보이지 않는다. 갈매기들은 밤이 되면 어디로 가서 쉬는 것일까? 어머니는 본향을 찾아 진즉에 떠나셨고, 나는 아직도 순례길을 걷고 있는 나그네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거룩한 곳 아버지 집...'

 

살아생전 자주 부르시던 찬양,  '저 멀리 뵈는 시온 성' 아버지, 어머니는  지금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실까? 훗날에 못된 불효자식이라고 모른 척이나 하지 않으시는지... 어머니 나이가 되어가니, 나도 이제 새우젓의 맛을 알아 간다. 내일 아침에는 소래포구에서 사 온 새우젓을 고춧가루 넣고, 파 송송 썰어서 우리 어머니처럼  맛있게 무쳐봐야겠다. 내가 새우젓을 좋아할 나이가 되어 간다는 것은 세월이 나를 비켜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생의 밤을 향해 걷는 내 시간들이 마냥 헛되지 않고, 무가치한 낭비로 소멸되지 않기를...

 

어머니의 추억을 안고 소래포구에서 나오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달빛처럼 환해가는

옆지기의 마음과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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