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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들꽃 본문

a nostalgic diary/끼적끼적....

들꽃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12. 01:48

검붉은 얼굴에 잔뜩 볼멘 얼굴로 찌푸려 있던 오늘 하늘이 움찔움찔거리다 기어코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공해에 시달리던 하늘이 성대 결절에 걸린 천둥 소리를 질러 댄다.
머위의 너른 옷깃에 강한 바람이 한차례 지나고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했던 지난 시절을 후회하며
그리운 이들의 멀어진 안부에 쓸쓸해지는 마음을
푸른 화초들 품으로 토도독 달려오는 귀여운 빗방울을 보며 달랜다.
만나는 잎사귀 따라 다른 노래를 하는 빗방울들...
나도 오늘은 좋은 친구 만나서 밤새도록 고향 이야기하며 시간을 알밤처럼 까먹고 싶은 날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더없이 여리고 창백한 꽃이지만
보도 블록 위, 쓰레기 장, 담벼락 사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떤 강풍에도 꺾이지 않고 
다시  서는 꽃 ,
초겨울 싸락 눈이 지면을 덮듯이
들판을 하얗게 수놓은 개망초 밭
버려진 척박한 땅에서 아무것에도 굴하지 않고
꽃 피우는 개망초를  보고 있으니
힘이 난다

 

 

 

도심 골목길에도 때로 우리 마음을 시원케 해주는 오아시스 같은 자잘한 텃밭들이 있다.
단아한 중년 여성이 가꾸는 상가 앞 텃밭에는
온갖 푸성귀들이 꽃들을 피워 내느라 바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자잘한 꽃들을 봐주는 일은
내 게 여유를 만드는 일이고
스스로의 마음에 틈을 내는 일이다

 

 

 

사방이 온통 시멘트 벽
이 곳은 사막보다 더 척박한 곳
그래도 마른 생명이 숨 쉰다
너는 눈물로 피어났을까?
우리들의 생이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이보다 더 한 곳이 있으랴
살아 갈날 투덜대지 말고 가자
네게 부끄럽지 않게...

 

 

얼마나 큰 마음을 가졌기에

줄기가 댕강댕강 잘렸음에도

저리 함박웃음을 지을까??

아플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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