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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집으로 가는 길 본문
비포장 좁고 구부러진 들길에
금계국이 흔들리며
바람에게 고국의 안부를 묻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집을 찾아가는 이 길과 같다
차갑게 언 땅에서 힘겹게 간닥이는 여린 새싹들
폭우와 낙뢰 속에서 간신히 버티는 잡목들
실한 열매들을 사람에게 내어 주고
몇 개의 까치밥으로 번식하는 나무들이 있다
그래도
풀들은 꽃을 피우고
나무들은 그늘을 드리우고
길은 늘 새로이 팔팔하게 일어난다
키 작은 머루 나무에 매달린 열매들을 보며
코스모스의 인사를 받으며 걷는 길
실타래 같이 얽힌 생각이 바람결에 풀리고
마음속 무거운 것들
풀숲에 가만히 내려놓는다
집으로 가는 길
시들은 마음이 초록으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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