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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잘 늙어가기 본문

a nostalgic diary/끼적끼적....

잘 늙어가기

선한이웃moonsaem 2022. 2. 2. 20:01
유난히 일찍 잠에서 깨어난 이른 겨울 아침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 테이블 앞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동이 트기 전이다.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미세한 찬바람의 느낌이 상쾌하고 좋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은 내게 늘 좋은 시간이다.이런 시간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고 나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이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정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새, 한기가 느껴진다. 요즘 나는, 추위와 더위에 점점 약해지고 있다.  
나름 야무지려고 애쓰던 감정선이 자주 무너지는 것도 쉽게 느낀다.
늙어가는 것이고 생물학적으로 진짜 할머니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내 힘으로 어쩔 수가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내가 벌써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할머니가 되어간다는 것은  별로 달갑지않은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우아하고 품위 있게 늙어가는, 품행이 단정한 할머니를 꿈꿔왔다.
내 기준에 만족하지 않지만 그래도 늙어간다는 것이 그리 서러운 일이 아니다.
아직도 나는 내 생에 이뤄야할 사명이 있고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잘 살고 싶다.
그러나 꿈꾸었던 그대로  늙는다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현명한 지성인으로 우아한 감성으로 늙어가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다는 것을 요즘 나이가 들어가면서면서 비로서 알게 됬다. 얼마전 개인 방송에서 들었던 '엘버트 아인쉬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오래 살아도 늙지는 마십시요. 우리가 태어나게된 위대한 신비 앞에서 호기심으로 가득찬 아이들처럼 살아가십시오.
나쁜 의미의 늙음은 아무 호기심도 없어지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무엇보다 배우려는 열망이  없어지고 우리의 삶속에 들어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려고 조차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쁜 예의 늙음의 징조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내가 의미있게 늙어가도록 삶의 목표를 만들어 준다. 그뿐아니라 생기발랄한 아이들 속에 파묻혀 내가 초단위로 늙어가는 사실을 순간순간이나마 망각하고 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아이들은 이유도 조건도 없이 사랑스럽다.
이 사랑스런 아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내가 행복하게 늙어가는 사람 중에 속한다고 느낀다..
뉴웨이 학원의 아이들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다.
그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돕는 일이 내 생의 과제로 생각하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며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하나님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 
 
이 새벽에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린다 .
나이들어가는 내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소녀처럼 여전히 감탄할 수 있도록,  어떤 일에 냉철한 분별력을 잃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겠다.
여전히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좋은 친구와 차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일도 중단하지 말자.
그리고 내 남은 인생에 실천할 수 있는 도전 거리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도전 하자. 그리고 열정만을 가지고 공처럼 사방으로 튀는 젊은 사람들에게 늙은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삶의 혜안을 다정하게 들려 주는 마음이 훈훈한 인간으로 살아가자. 
 
 
 

구상 시인의 ' 신령한 소유' 가 늙어가는 크리스쳔할머니의. 남은 인생에 대한 정의다.
먼 동쪽에서 부지런히 해가 오르고 있나보다.
창밖이 점점 밝아진다.  내 남은 인생에 대한 새로운 열망도 이뤄야할 소명도 점점 선명해진다. 
 
나는 이제사 탕아가 아버지 품에
되돌아 온 마음으로
세상을 만물을 바라봅니다. 
 
저 창밖으로 보이는
신년의 잿빛 하늘도
차가운 대지 위에 찬란히 떠오를 아침 해도
지절대며 날으는 참새떼도
베란다 화분에 흐드러진 페추니아도
새롭고 놀랍고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한 편 거실을 휘저으며
나불거리며 씩씩거리는 손주들도
돋보기를 쓰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남편도
길가를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걷는 행인들도
세삼 사랑스럽고 소중헙니다. 
 
곳간의 재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령하고 무한정한 소유
하늘에 계신 아버지 것이
다 내것입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서러워할  일이 아니다. 늙어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삶이 서러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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