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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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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일기

선물 ^^

선한이웃moonsaem 2020. 1. 5. 05:06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있죠.^^

오늘은 까치 소리도 못 들었는데 제게 행복한 소식이 있었답니다.

몇 년 전까지 저와 함께 공부하던 녀석에게 뜬금없이 소식이 왔어요.

" 선생님~ 저 정윤인데 선물 마음에 드셨어요?" 란 문자를 실은 카톡이 먼저 달려왔어요.

"응?... 정윤이니?"

"반갑구나, 안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단다'"

"잘 지내고 있니?"

"녜!"

그 때나 지금이나 정윤이의 말끝은 늘 짧습니다.

"오늘 학원 들러서 원감 선생님께 선물 놓고 왔어요"

"진짜??"

뭉클한 무엇인가가 가슴을 쓸고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빠를 일찍 하늘 나라 보내드리고

가장이 되어 두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엄마에게 투정도 못부리고 

늘 우울한 마음을 숨기고 살 던 정윤이와 시간은

내가 감당하기에 쉬운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밝은 외면과 다르게 점점 우울한 감정이

아이 마음속에 차고 차곡 침전되기 시작하다가

아이는 외부와 차단을 하고 결국 방안에 들어앉기 시작했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를 불러서 함께 산책을 하며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거나 밥을 마시며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윤이 엄마는 두 아이 키우느라 애쓰는 젊은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이웃의 자격으로 힘을 보태 주고자 애썼던 내 마음을 모르고

작은 오해 한 가지로 아이를 다른 선생님께 맡기게 된 것이죠.

엄마가 오해한 부분에 대해서 사실을 말하면 나에 대한 오해는 풀리겠지만

엄마에게 불신을 주는 딸을 만들고 싶지 않고,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눈 질끈 감고 이유 없는 수모를 당하고 아이를 다른 곳으로 보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서 훌쩍 자란 아이가 '빼빼로데이'선물을 들고 찾아왔네요.

외출 중이던 나는 아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벅찬 마음은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학원에 돌아오자마자 선물 봉지를 열어 보았습니다.

장미와 카네이션 몇 송이를 담은 분홍색 상자 안에 꼬 정윤이의 미소를 닮은 

작은 아기곰 한 마리가 싱긋 웃고 있습니다.

정윤이가 그랬습니다.

아무리 웃기는 상황이 있어도 큰소리 내서 웃지 않고

양쪽 입고리만 올리고 싱긋 웃었습니다.

곰돌이 얼굴을 찬찬히 보고 있으니 아이가 보고 싶어 집니다.

 

 

 

 

 

인형 밑에 놓여 있던 짧은 편지글에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 예전부터 엄마대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 11월 11일 정윤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윤이는 진즉부터 내 마음을 알았나 봅니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를 보내면서 혼자 많은 시간 속상해하고

마음 아파했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워집니다.

엄마에게 진실을 숨긴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뒤돌아가던 그때도

어쩌면 아이는 나에게 미안해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살아간다는 일이 녹녹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나와 함께 하다가 떠나간 아이들의 기쁜 소식으로 

종종 위로를 해 주시는 하나님께 어찌 감사를 안 할 수 있을까요?

 

 

 

 

정윤이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다시 포장해 놓습니다.

밖에 꺼내 놓아 색이 희끄무레하니 바라는 것조차 아깝습니다.

어쩌면 이 선물처럼 아이의 마음이 곱게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일지 모르겠어요.

아이들과 살다가 유난히 지치는 날이면 한 번씩 쳐다보고 힘내야겠습니다.

오늘, 정말 큰 선물을 받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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