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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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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일기

공감과 지지

선한이웃moonsaem 2020. 12. 3. 15:42

교실에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덩치 큰 3학년 남자아이에게 왜소한 4학년 형이 맞았다. 덩치 큰 3학년 아이는 학교에서도 내로라하는 싸움꾼이다. 아이들이 모두 3학년 남자아이를 향해서 질타를 퍼붓고 있었다. 모두가 3학년 남자아이 탓이라고 한 목소리로 선생님께 일렀다. 아마도 그 녀석에 대한 아이들의 선입견도 한몫한 것 같다.

 

 

 

 

아이들은 억울 하다는 듯이 씩씩거리고 있었다. 직접 내 두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두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말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두 아이는 서로 억울하다며 상대 아이에게 탓을 돌렸다. 그러자 옆에 있는 아이들이 또 3학년 싸움꾼 아이를 향해 잘못했다고 거들었다. 

 

 

 

 

 

상황을 대충 정리하고 사무실에서 한 아이씩 만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었다. 씩씩 거리며 의자에 앉아서 거친 말투로 자기 입장만 말하던 아이들은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목소리가 작아지고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상대 아이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아들은 마음을 열고 내 말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두 아이는 서로 사과하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두 녀석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내가 한 일이라고는 아이들의 말 끝마다 고개를 끄덕여 주며  "그랬구나, 네 마음이 참 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였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지지해 주는 것에 마음이 풀린 것이다. 

 

 

 

 

오늘,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면서 문득 내 남편 생각이 났다. 갑자기 남편이 떠올랐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 편만은 아닐텐데, 그 속에서 당신도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생각의 차이가 있을 때 너무 내 입장만을 이해받으려고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말 하려 하지않았나 돌어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 아이들에게 보냈던 공감과 지지를 내 남편에게도 아끼지 말아야겠다. 내가 충분히 당신 편이라는 것을, 영원한 지지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도록 남편 앞에서 더 고개를 끄덕여 주고 " 당신이 옳아요.", "당신도 참 힘들었겠어요"라고 말해주어야겠다. 지금 우리는 공감과 지지가 절 대적으로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려해져 가는 세상과 다르게 인간들은 고립되어 간다. 오죽했으면 인간을 '섬'이라고 까지 표현했을까? 우리가 겪고 있는 크고 작을 갈등들도 어쩌면 공감능력의 부재에서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이든, 가족이든... 심지어는 정치판 까지도..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한 사람에게 어떻게 공감할 수 있나. 본인에게 그걸 알려주면 계속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겠는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 공감을 포갤 곳은 그의 생각과 행동이 아니라 그의 마음, 즉 감정이다. 존재의 느낌이나 감정의 공감 과녁의 마지막 중심점이다.

 

 

 

 

친구를 때린 아이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때 아이의 마음을 알면 금방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이 공감이다. 자기 마음이 공감을 받으면 아이는 자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누가 말하지 않아도 빠르게 인정한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어떤 불편함이나 부작용을 남기지 않은 채 아이는 모든 상황을 흔쾌히 수긍한다. 걱정할 것이 사실 없다.

 

 

 

 

어떤 이의 생각, 판단, 행동이 아무리 잘못 됐어도 그의 마음에 대해 누군가가 묻고 궁금해한다면 복잡하게 꼬인 상황이 놀랄 만큼 쉽게 풀린다. 자기 마음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이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기꺼이 책임진다. 자기 마음이 완전히 수용되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억울함이 풀려서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다'라는 명제는 언제나 옳다.

 

 

누군가의 생각과 행동이 그의 마음과 별개라는 사실만 알아도 마음껏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의 걸림돌이 사라진다. 마음껏 공감해 주면 강퍅해질 대로 강퍅해진 흉포한 마음조차 움직인다. 반대로 평소 제 아무리 합리적인 사람도 그가 한 행동 뒤의 마음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그 다운 합리성과 논리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그 논리성은 오히려 삐뚤어진 마음을 옹호하는 궤변을 펼치는데 동원돼 본질과는 더욱 멀어진다. 평소 스마트한 사고와 태도로 인정받던 사람이 이해 불가할 정도의 억지와 비상식을 주장하는 경우 , 공감받지 못해 그럴 가능성이 높다.

 

                                                          - 정혜신 /적정 심리학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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