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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농촌에는 물이 있어요. 물 잡수러 오세요. 미끈한 수통물, 찝찔한 펌푸 물이 아닌….” 이런 편지를 읽고서 석천에서 자란 생선같이 싱싱한 순아의 팔뚝을 생각했다. 순박하고 숭굴숭굴 하면서 별로 말수도 없는 소녀가 약간 장난기를 띈 말투로 가끔 나를 놀라게 했다. 이 편지도 어느 세련된 글 솜씨로도 생각 못할 한마디가 그대로 불쑥 나와 나를 웃기게 했다. “이 마을에서 제일 경치 좋은 데가 어디냐?” 하고 물으면 피 웃으며 “좋은 데가 어디 따로 있나요 . 다 좋지요” 서울 사람은 서울이 좋고 . 시골 사람은 시골이 좋다는 거다. "어 째서 ?" 하고 물으면 정든 곳이 제일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엉뚱한 대답 같으면서 따지고 보면 조리가 서는 말이기도 했다. "저녁 때 살구나무 위로 달뜨는 것만 보면 ..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를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방망이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깍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
산비둘기 한 마리가 베란다 난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아침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땅콩 몇 알을 접시에 놓아두었던 것인데 다른 놈들은 오지 않고 이 녀석만 온다. '새대가리'가 사람머리보다 기억력이 나은 건지 내가 깜박 준비를 못했을 때에도 잊지 않고 찾아와 난간을 서성댄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새가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 나도 천천히 차 한 잔을 들이켠다. 새들에게는 역사가 없다. 물고기도 그렇다. 새나 물고기가 종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은 부리나 주둥이로 길을 내며 다니기 때문이다. 목구멍을 전방에 배치하고 온몸으로 밀고 다니는 것들은 대체로 족적을 남기지 못한다.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앞장서 달리는 입의 궤적을 지느러미나 깃털이 흩뜨려 버리기 때문이다. 누가 새들을 자유롭다 하는가. 하늘..
구두를 샀다. 빨간 단화다. 강렬한 원색이 낮은 굽을 보완해 주어서인지 처음 신은 단화가 어색하지 않다.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줄기차게 7센티 굽을 고수했다. 무릎이 아프다고, 발목이 좋지 않다고, 진즉 편한 신발로 갈아탄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한사코 하이힐을 고집했다. 젊은 시절부터 습관화되어선지 신발이 낮으면 오히려 불편했다. 굽 낮은 신발을 신고 나갔다가 땅으로 푹 꺼지는 느낌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 들어와 버린 적도 있다. 구두 굽이 높아지면 숨 쉬는 공기의 맛이 다르다. 턱을 치켜들고 등뼈를 곧추세워 또각또각 걷다 보면 마음 복판에도 철심이 박혀 자세가 한결 당당해진다. 종아리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아랫배에 힘이 쏠려 저물어 가는 여자의 곤고한 심신이 일시 탄성을 되찾기도 한다. 쭉쭉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