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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좋은 시 (23)
문혜정 green time
내가 만약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헛되게 세상 사는 것이 아니리. 내가 만약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만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달래줄 수만 있다면 더하여, 나래 지친 울새 한 마리를 도와 제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만 있다면 나 결코 헛되게 세상 사는 것이 아니리. 내가 만약 다른 생을 선책 했더라면....
세상은 매일 매순간 무너지려 한다. 한순간도 천지사방은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한순간에 무너지고 우주가 쏟아질 수 있다. 세상 모든 새들은 잿빛 댐처럼 우주를 가둔 하늘을 틀어막고 있다. 하늘이 터져 지상이 우주로 뒤덮이지 않도록, 새들은 일생 쉼 없이 우주가 흘러나오려 하는 제 몸피만큼 작은 바람구멍들을 계절마다 매일매일 시시각각 날아다니며 틀어막고 있다. 새들이 모두 잠든 밤이면 우주가 새어나와 지구가 침수되고 집들과 배들과 별들의 깨진 창문 같은 잔해가 둥둥 떠내려왔다가 떠내려간다, 떠내려가다가 흘러내려가다가 고인 곳, 봉분처럼 쌓인, 고인의 곳.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잿빛 댐처럼 지구를 가둔 땅을 틀어막고 있다. 땅이 터져 우주가 지구로 뒤덮이지 않도록, 사람들은 일생 쉼 없이 지구가 흘러나오려 하..
선착장 짠물에 얼룩진 쇠말뚝, 굵은 밧줄이 똬리를 틀고 말뚝의 목을 조이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바다가 드나들었나. 끙차, 목에 밧줄을 휘감고 버틴 시간이 얼마인가. 투두둑 바다의 힘줄을 끊어먹은 말뚝 모가지가 수평선을 향해 늘어져있다. 녹이 슨 밑동. 벌겋게 흘린 눈물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든 밧줄, 단숨에 바다를 둘러매던 그을린 팔뚝, 노을에 젖은 만선의 깃발, 말뚝에 마음을 묶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철썩, 포구가 몸을 뒤트는 순간 말뚝의 영혼이 새어나간다. 수많은 이별을 치르는 동안 말뚝의 심장은 차갑게 식었다. 선창가 말뚝에 걸터앉아 떠난 사람을 생각한다. 말뚝 뽑힌 자리, 깊이 파였다. 나를 맬 곳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 나는 나를 운반한다 내일의 바람은 아직 내 것이 아니므로 후생後生에게 맡기고 꽁무니에 따라 붙는 오늘의 바람을 폐부 깊이 들이마시고 나는 나를 끌고 평생을 간다 온몸에 뒤집어쓴 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기꺼이 나락을 헤매다 나는 새가 될 거야 붉은 날개를 가진 새가 될 거야 종일 타오르는 불꽃, 불타는 노을이 될 거야 그러니 한낮의 뙤약볕을 나에게 퍼부어 주렴 내 부리와 더듬이가 말라비틀어지도록 내 심장이 타들어가도록 온몸이 날개가 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 나는 나를 운반한다 현생現生에 부는 바람만이 오직 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