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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좋은 시 (23)
문혜정 green time
바람은 흔들리는 것들만 먹고 산다 흔들리지 않으면 죽은 것이라는 감별법에 따라 무엇을 만나든 먼저 흔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끼니때마다 바람의 식탁을 차려야하는 나무는 잎사귀의 흔들림까지 바쳐야 하는 삶이 괴로워 바람도 불지 않고 흔들림도 없는 어두운 땅속에서 어린뿌리들의 두 손을 꼭 잡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떠나라고 재촉한다 가느다란 가지 하나 바람결에 흔들리기라도 하면 탈출계획을 들켜버린 듯 화들짝 놀라는 나무 아무 일 없다는 표정을 간신히 지을 수 있지만 땅속에서는 시커먼 흙을 움켜쥔 뿌리들이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서럽게 울고 있다 입맛을 더욱 돋궈주는 그 소리는 나무 하나 붙잡고 통째로 뜯어먹는 바람의 양념 뼈만 앙상한 나무에 다시 푸른 살이 오를 때까지 기나긴 허기를 달래줄 맑고 차가운 독을 ..
가을 산행길 무릎 정도의 생소한 나무 한 그루 ‘ㄱ’자로 꺾여 있었다 아빠를 따라 나선 개구쟁이가 꺾었을까 장난이, 운명이 되어버린 꼽추는 살아갈 세월만큼이나 두려워 떨고 있었다 어찌 할거나, 어찌 할거나 구부러진 한평생을 어찌 살아낼거나 내 삶만 같아, 내 아픔만 같아 꼽추의 생은 어찌 할거나 기억의 흙벽 위에 아린 만큼의 깊이로 새겨진 채로 아주 작은 시간 하나가 지나가고 다시 찾은 겨울산 등 굽은 기억 하나 가로막고 서서 여기 근처라 한다 여기라, 여기 근처라고? 어디였더라? 아, 저기로구나 이토록 그의 상처가 가벼웠을까 기억에서 한참 떠난 자리에 꼽추는 말을 잃은 채 굽은 등으로 눈을 받아 내고 있었다
몇 년만인지요 이곳엔 나무와 공원과 연두색 이삼층 목조집들만 가득합니다 아래층엔 조용하고 깨끗한 헌책방 다락방 숙소엔 하늘이 보이는 격자천창과 녹색의 흔들의자가 있습니다 바로크풍의 책상과 오렌지 갓스탠드도 세 개나 있습니다 천둥번개 치던 날 당신의 전화벨소리 그치지 않고 저 아득한 원시로부터 마음 사냥을 나온 공포도 그치질 않아 아름다운 방 버려두고 남의 방문 앞 어둠속에서 한강 근처에서 봤던 당신의 가을, 그 가을들을 어떻게 다 건넜던가, 꼽아봤습니다 좋아하지 않던 단맛이 생존에 필요하단 걸 느껴 비스킷과 맥주를 사왔습니다 급히 먹고 난 비스킷 겉봉엔 익혀 먹으라고 써있고 맥주병에는 쓴 약이 몸에 달다 써있었습니다 한 늙은 백인 아내는 흑인 남편보다 일주일 먼저 떠나면서 내 남자를 기내용 트렁크에 넣어..
세상을 꼼꼼히 둘러보면 세상 천지에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생물들이 널려있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생물들의 슬픔을 안고 아무리 정밀한 톱니바퀴가 시곗바늘을 돌리고 돌려도 말 못하는 생물들의 슬픔을 다 표현할 수 없고 사람들은 말 못하는 생물들을 밟고 지나간 바람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한다. 바람이 지나가건 비가 오건 살아있는 생물들의 슬픔은 그렇게 수없이 세포분열하였다. 살아있는 것, 생각하는 것이 슬픔의 근원이었다. 죽음에 이르는 가장 악성 병인病因인 슬픔에 감염되어도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매일 슬픔을 대하고 일상에서 슬픔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는다. 세월이 무심히 흐를 때 언제나처럼 무심한 일들은 무심한 사건들을 출산出産하고 사람들은 무심하게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늙은 존재들을 인생의 종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