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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F장조 "봄" 작품번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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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비포장 좁고 구부러진 들길에 금계국이 흔들리며 바람에게 고국의 안부를 묻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집을 찾아가는 이 길과 같다 차갑게 언 땅에서 힘겹게 간닥이는 여린 새싹들 폭우와 낙뢰 속에서 간신히 버티는 잡목들 실한 열매들을 사람에게 내어 주고 몇 개의 까치밥으로 번식하는 나무들이 있다 그래도 풀들은 꽃을 피우고 나무들은 그늘을 드리우고 길은 늘 새로이 팔팔하게 일어난다 키 작은 머루 나무에 매달린 열매들을 보며 코스모스의 인사를 받으며 걷는 길 실타래 같이 얽힌 생각이 바람결에 풀리고 마음속 무거운 것들 풀숲에 가만히 내려놓는다 집으로 가는 길 시들은 마음이 초록으로 살아난다
높은 우듬지에 갈바람 찾아오면 가없는 벌판에 서걱서걱 수줍다가 흐드러지게 웃는 하얀 억새풀 가실볕 지나고 석양이 질 때 마른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어떤 단 꿈을 꿀까 차가운 벌바람에 가을이 짙어지면 축제 같던 계절 희미한 기억으로 곱새기다 주검으로 남아 계절을 주고받는 억새풀 아름다운 모든 것들 흔적 없이 사라질 때 눈 내리는 엄동설한 朔風에도 의연하게 건들건들 춤을 추지
저 언덕 너머 강 가에 바람이 인다 바람들을 더 오래 붙잡아 보려는 버들가지의 몸짓들 그 사이를 노니는 이름 모를 작은 새의 자유 밭 가운데서 바람들이 흩어진다 찢어진 비닐하우스 상처를 만지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바람 늙은 민들레 앞에 조심스레 다가가 홀씨를 불어 주는 바람 노란 미나리 아재비들의 파노라마 같은 군무 속 침묵으로 흐르던 시간이 노랗게 물들어 간다 저 멀리서 바람 하나가 다가온다 손수건 같이 낡은 종이 한 장 펄럭이며 싣고 오는 바람 그렇구나 바람만 불면 내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아득한 기억 너머에 네가 있었구나 바람이 분다 멀리 나무와 풀숲 사이를 헤매다 내게로 왔겠지 바람을 만나면 흔들리는 마음 때늦은 회한에 내 마음도 일렁거린다
하늘이 어둡고 스산하다 바람이 피리 소리를 내고 있다 춤을 추는 어떤 영혼들의 노랫소리 같다 모든 것이 죽은 듯 숨을 쉬지 않던 텅 빈 그때 같다 마알간 눈빛으로 가난한 삶을 두렵게 마주하던 때 어린 나는 위태로운 꿈을 안고 늘 두려웠고 세상은 내게 배멀미 같은 현기증을 주었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당신과 손잡던 어느 날 밤하늘 홀로 반짝거리는 용감한 작은 별처럼, 싸늘한 지면을 오르는 이른 봄 연둣빛 새싹처럼, 마음속 깊이 도둑처럼 웅크리던 두려움을 찾아 내치고 있었다 비어 있는 눈으로 당신을 향하던 수줍은 얼굴처럼 창백했던 내 인생에 홍조가 띠기 시작했다 비로소 세상은 내게 봄꽃 핀 언덕이 되었다 이제 나는 거대한 시간의 강줄기와 함께 흐르고 있다 그것이 수마처럼 당신과 나의 추억들을 하나씩 삼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