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F장조 "봄" 작품번호 24
- Ain't No Sunshin
- 브람스 클라라
- '피아노 소나타 K331 '2악장
- 모자르트교향곡34
- 첫눈 향수
- 봄의 소리 왈츠
- 꽃보다 예쁜 그대 미소
- 켈라그라피
- 장사익 봄비
- 인은하 봄비
- 사계 '봄'
- 슈만 클라라
- 한웅재 / 소원
- 한웅재 찬양 모음
- 김윤진 찬양
- 베토벤운명 교향곡
-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 홍이삭 찬양 모음
- 히즈윌 찬양모음
- 영화 밀회
- '피아노 소나타 K331 '3악장
- 비발디 사계
- 버스커버스커 노래 모음
- 하나님은 아를 지키시는 분
- '피아노 소나타 K331 '1악장
- 이동원노래모음
- 브람스 향곡 1번
- 시와 그림 찬양
- 달고나 커피 만들기
- Today
- Total
목록분류 전체보기 (336)
문혜정 green time
중화권에서는 수필보다는 산문이란 용어를 더 선호한다고 들었습니다. 수기처럼 비교적 수준이 낮은 글에 수필이란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이 말은 곧 수필이란 용어의 기원이 홍매의 『용재수필(容齋隋筆)』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수필의 기원이 될 수 없다는 의미지요. 중문학자가 밝혀주어야겠지만, 당연히 중국에서는 한 장르의 기원으로서 용재수필을 평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수필이란 용어에, 그리고 홍매에 전혀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더불어 제도와 엇물려 있지만(수필가는 자연스러워도, 산문가는 왠지 조금 이상합니다) 꼭 수필이란 용어를 고집해야하는지, 그 점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산문을 좋아한다면 다음 대담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긍심을 느낄 것..
흔히 서정은 사회 현실을 외면한 채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애정 어린 권고도 자주 접한다. 서정적인 글을 쓰는 작가들은 그때마다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사설과 같은 글이라면 몰라도, 지성을 바탕으로 한 전언을 담기가 마땅치 않아서다. 사회와 정치 현실은 분석과 비판, 설득 등이 요구되는 이성의 영역에 속하는 반면, 서정은 정을 바탕으로 한 감성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성적인 글과는 지향하는 바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정적인 글은 일차적으로 미적 감동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서정은 본질적으로 정치성과 무관한 것일까? 참여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선행되어야 할 줄로 안다. 1.서정의 행위도식 서정을 비판할 때 거의 예외 없..
세상은 매일 매순간 무너지려 한다. 한순간도 천지사방은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한순간에 무너지고 우주가 쏟아질 수 있다. 세상 모든 새들은 잿빛 댐처럼 우주를 가둔 하늘을 틀어막고 있다. 하늘이 터져 지상이 우주로 뒤덮이지 않도록, 새들은 일생 쉼 없이 우주가 흘러나오려 하는 제 몸피만큼 작은 바람구멍들을 계절마다 매일매일 시시각각 날아다니며 틀어막고 있다. 새들이 모두 잠든 밤이면 우주가 새어나와 지구가 침수되고 집들과 배들과 별들의 깨진 창문 같은 잔해가 둥둥 떠내려왔다가 떠내려간다, 떠내려가다가 흘러내려가다가 고인 곳, 봉분처럼 쌓인, 고인의 곳.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잿빛 댐처럼 지구를 가둔 땅을 틀어막고 있다. 땅이 터져 우주가 지구로 뒤덮이지 않도록, 사람들은 일생 쉼 없이 지구가 흘러나오려 하..
선착장 짠물에 얼룩진 쇠말뚝, 굵은 밧줄이 똬리를 틀고 말뚝의 목을 조이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바다가 드나들었나. 끙차, 목에 밧줄을 휘감고 버틴 시간이 얼마인가. 투두둑 바다의 힘줄을 끊어먹은 말뚝 모가지가 수평선을 향해 늘어져있다. 녹이 슨 밑동. 벌겋게 흘린 눈물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든 밧줄, 단숨에 바다를 둘러매던 그을린 팔뚝, 노을에 젖은 만선의 깃발, 말뚝에 마음을 묶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철썩, 포구가 몸을 뒤트는 순간 말뚝의 영혼이 새어나간다. 수많은 이별을 치르는 동안 말뚝의 심장은 차갑게 식었다. 선창가 말뚝에 걸터앉아 떠난 사람을 생각한다. 말뚝 뽑힌 자리, 깊이 파였다. 나를 맬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