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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green time
"사진과 그림의 차이는 생략이에요. 정말 잘 그린 이발소 그림과 렘브란트 명화의 차이점도 같죠. 대가 그림에는 많은 게 생략돼 있어요. 나머지는 관람객이 상상을 해서 채워야죠. 하나하나 떠먹이듯 그리는 그림은 예술성이 없어요. 작가는 언제 붓을 던질지 알아야 해요. 안 그러면 망칩니다. 느낌이 좋을 때 딱 끝내야 해요." 어느 화가가 전시회에서 했던 말이다. 가끔씩 정신이 무중력 상태가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화가의 말 때로 내 느낌대로 붓질을 해본다. 물감을 칠하고 뭉개고 하는 동안 얼키고 설킨 생각이 정리된다. 요즘은 신앙적 갈등과 고뇌도 깊어진다. 인간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해 오직 믿음으로 사는 삶이 참 힘들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묻고 가는데도 내 마음의 길은 안갯속이다. 완성도를 생..
까진 무릎에 갈라진 구두를 신고, 털가죽이 벗겨진 엉덩이로 고고하게 걸어가는, '머리는 말 같고 눈은 양 같고 꼬리는 소 같고 걸음걸이는 학 같은' 동물. 낙타는, 사슴이 빌려간 뿔을 기다리는 짐승이라는 시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럴법하다. 그렇듯 높고 쓸쓸한 면류관은 동물계의 성자인 낙타의 것이어야 마땅할 테니. 다른 동물들이 일제히 초원을 향해 뛸 때, 낙타는 등을 돌려 버려진 땅을 택헀다. 약육강식이 생존의 문법인 세상, 힘의 논리로 평정되는 사바나가 싫었다.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보다 힘센 포식자가 아닌 저보다 빠른 동료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동료 하나를 희생시켜 가까스로 누리는 위태로운 평화, 풀잎에선 늘 피 냄새가 났다. 싸움이 싫고 싸울 줄 모르는 자들은 타자와의 경쟁..
코로나 19 때문에 봄다운 봄을 만나지 못하는 '블루 봄' 친구와 함께 시화 방조제를 지나, 구봉도, 영흥도, 심리포 해수욕장. 장경리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코로나에, 평일... 늘 붐비던 방조제 도로는 시원하게 뚫리고,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쳐다보니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세상에서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으로 비유하고 이생을, 잠시 다녀가는 소풍으로 표현 한 시세상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무욕의 시선으로 현실을 초탈한 달관적인 삶의 자세로 살아갔던 평생의 시인의 인생관이 묻어 있는 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