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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좋은 수필 (19)
문혜정 green time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는지 불행이 되는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를 바랐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또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기를 바랐다. 죽을 생각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 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랑과 열정으로 더불어 하루하루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다. 사람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본 일이 있었다. 연기가 빠져나가듯이, 생명은 가뭇없이 빠져나갔다. 생명은 본시 연기나 바람 같은 기체가 아닐까. 생명이 빠져나간 육신은 힘없이 고..
지금, 오월의 산들은 새로운 시간의 관능으로 빛난다. 봄 산의 연두색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수목의 비린내는 신생의 복받침으로 인간의 넋을 흔들어 깨운다. 봄의 산은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워서, 지나간 시간의 산이 아니다. 봄날, 모든 산은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산이고 경험되지 않은 산이다. 그리고 이 말은 수사가 아니라 과학이다. 휴일의 서울 북한산이나 관악산은 사람의 산이고 사람의 골짜기다. 봉우리이고 능선이고 계곡이고 간에 산 전체가 출근길의 민원 지하철 안과 같다. 평일 아침저녁으로 땅 밑 열차 속에서 비벼지던 몸이 휴일이면 산에서 비벼진다. 휴일의 북한산에서는 사람이 없는 코스를 으뜸으로 치고, 점심 먹을 자리를 찾을 때도 사람 없는 자리를 다투다가. 사람 없다는 코스로 너도나도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자전거는 땅 위의 바퀴다. 자전거는 갯벌을 지나서 물 위로 갈 수 없다. 자전거는 늘 갯벌에서 멈춘다. 그리고는 갈 수 없는 먼 바다를 다만 바라본다. 나는 어느 날 갯벌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늘 바라보기만 하던 바다로 나아갔다. 항구에서 연근해 어선을 탔다. 어선의 갑판에 널린 물건들은 지저분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어선은 그 무질서해 보이는 모습 속에 가지런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어선의 갑판에는 필수 불가결한 물건들만이 정확한 제자리에 놓여 있는데 그 전체의 모습은 어수선해 보인다. 내가 탄 배는 병어 잡이를 주목적으로 삼는 배였지만, 그물을 걷을 때마다 새끼고래에서 꼴뚜기까지 다양한 생선들이 올라왔다. 그 배에서 4박5일을 지냈다. 내가 탄 배는 10박 11일의 일정이었다. 흔들림에 약한 나는 바..
나는 놀기를 좋아하고 일하기를 싫어한다. 나는 일이라면 딱 질색이다. 내가 일을 싫어하는 까닭은 분명하고도 정당하다. 일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부지런을 떨수록 나는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져서, 낯선 사물이 되어간다. 일은 내 몸을 나로부터 분리시킨다. 일이 몸에서 겉 돌아서 일 따로 몸 따로가 될 때, 나는 불안하다. 나는 오랜 세월동안 소회된 노동으로 밥을 먹었다. 나는 이제 아무데도 붙여주는 곳이 없고 기웃거릴 곳도 없어서 혼자 들어앉아 있다. 또 막 무는 개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대문 밖에 나가지 못한다. 요즘 나의 일이란 하루에 그저 두어 줄씩 작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때때로 그나마도 하고 싶지가 않다. 글이란 아무리 세상없이 잘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