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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좋은 수필 (19)
문혜정 green time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색.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색. 화려한 듯 침울하고 침착한 듯 불안정한, 보라색은 마법의 색이다. 꿈과 현실, 기억과 몽상, 사랑과 이별 같은 생의 레시피를 두루 섞어 치대어 두면 그렇듯 오묘한 빛깔이 될까. 보라색은 아리송한 색이다. 과꽃의 천진함과 구절초의 애련함, 아이리스의 화사함과 도라지꽃의 외로움이 절묘하게 뒤섞인, 불분명한 정체성이 정체성인 색이다. 지적인가 하면 충동적이고, 그윽한가 싶으면 관능적이어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모순을 껴안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서성거리는 여자. 누구와도 화친하나 누구와도 진정 동화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복합성향의 여자. 그 여자의 난해한 눈빛 같은 색이다. 보라의 층위는 천차만별이다. 적과 청이 어느 만큼의 비율로 섞여 ..
달밤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던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뒷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
까진 무릎에 갈라진 구두를 신고, 털가죽이 벗겨진 엉덩이로 고고하게 걸어가는, '머리는 말 같고 눈은 양 같고 꼬리는 소 같고 걸음걸이는 학 같은' 동물. 낙타는, 사슴이 빌려간 뿔을 기다리는 짐승이라는 시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럴법하다. 그렇듯 높고 쓸쓸한 면류관은 동물계의 성자인 낙타의 것이어야 마땅할 테니. 다른 동물들이 일제히 초원을 향해 뛸 때, 낙타는 등을 돌려 버려진 땅을 택헀다. 약육강식이 생존의 문법인 세상, 힘의 논리로 평정되는 사바나가 싫었다.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보다 힘센 포식자가 아닌 저보다 빠른 동료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동료 하나를 희생시켜 가까스로 누리는 위태로운 평화, 풀잎에선 늘 피 냄새가 났다. 싸움이 싫고 싸울 줄 모르는 자들은 타자와의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