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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소나타 K331 '3악장
- 브람스 클라라
- 브람스 향곡 1번
- 꽃보다 예쁜 그대 미소
- 한웅재 / 소원
- Ain't No Sunshin
-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 한웅재 찬양 모음
- 모자르트교향곡34
- 달고나 커피 만들기
- 봄의 소리 왈츠
- 영화 밀회
- 이동원노래모음
- 히즈윌 찬양모음
- 김윤진 찬양
- 슈만 클라라
-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F장조 "봄" 작품번호 24
- 베토벤운명 교향곡
- 인은하 봄비
- 사계 '봄'
- 하나님은 아를 지키시는 분
- 장사익 봄비
- 시와 그림 찬양
- 켈라그라피
- '피아노 소나타 K331 '1악장
- 첫눈 향수
- 비발디 사계
- 홍이삭 찬양 모음
- 버스커버스커 노래 모음
- '피아노 소나타 K331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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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좋은 수필 (19)
문혜정 green time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을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p.17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저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곷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버린다. p.2..
“농촌에는 물이 있어요. 물 잡수러 오세요. 미끈한 수통물, 찝찔한 펌푸 물이 아닌….” 이런 편지를 읽고서 석천에서 자란 생선같이 싱싱한 순아의 팔뚝을 생각했다. 순박하고 숭굴숭굴 하면서 별로 말수도 없는 소녀가 약간 장난기를 띈 말투로 가끔 나를 놀라게 했다. 이 편지도 어느 세련된 글 솜씨로도 생각 못할 한마디가 그대로 불쑥 나와 나를 웃기게 했다. “이 마을에서 제일 경치 좋은 데가 어디냐?” 하고 물으면 피 웃으며 “좋은 데가 어디 따로 있나요 . 다 좋지요” 서울 사람은 서울이 좋고 . 시골 사람은 시골이 좋다는 거다. "어 째서 ?" 하고 물으면 정든 곳이 제일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엉뚱한 대답 같으면서 따지고 보면 조리가 서는 말이기도 했다. "저녁 때 살구나무 위로 달뜨는 것만 보면 ..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를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방망이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깍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
산비둘기 한 마리가 베란다 난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아침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땅콩 몇 알을 접시에 놓아두었던 것인데 다른 놈들은 오지 않고 이 녀석만 온다. '새대가리'가 사람머리보다 기억력이 나은 건지 내가 깜박 준비를 못했을 때에도 잊지 않고 찾아와 난간을 서성댄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새가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 나도 천천히 차 한 잔을 들이켠다. 새들에게는 역사가 없다. 물고기도 그렇다. 새나 물고기가 종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은 부리나 주둥이로 길을 내며 다니기 때문이다. 목구멍을 전방에 배치하고 온몸으로 밀고 다니는 것들은 대체로 족적을 남기지 못한다.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앞장서 달리는 입의 궤적을 지느러미나 깃털이 흩뜨려 버리기 때문이다. 누가 새들을 자유롭다 하는가.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