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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a nostalgic diary (138)
문혜정 green time
저 언덕 너머 강 가에 바람이 인다 바람들을 더 오래 붙잡아 보려는 버들가지의 몸짓들 그 사이를 노니는 이름 모를 작은 새의 자유 밭 가운데서 바람들이 흩어진다 찢어진 비닐하우스 상처를 만지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바람 늙은 민들레 앞에 조심스레 다가가 홀씨를 불어 주는 바람 노란 미나리 아재비들의 파노라마 같은 군무 속 침묵으로 흐르던 시간이 노랗게 물들어 간다 저 멀리서 바람 하나가 다가온다 손수건 같이 낡은 종이 한 장 펄럭이며 싣고 오는 바람 그렇구나 바람만 불면 내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아득한 기억 너머에 네가 있었구나 바람이 분다 멀리 나무와 풀숲 사이를 헤매다 내게로 왔겠지 바람을 만나면 흔들리는 마음 때늦은 회한에 내 마음도 일렁거린다
하늘이 어둡고 스산하다 바람이 피리 소리를 내고 있다 춤을 추는 어떤 영혼들의 노랫소리 같다 모든 것이 죽은 듯 숨을 쉬지 않던 텅 빈 그때 같다 마알간 눈빛으로 가난한 삶을 두렵게 마주하던 때 어린 나는 위태로운 꿈을 안고 늘 두려웠고 세상은 내게 배멀미 같은 현기증을 주었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당신과 손잡던 어느 날 밤하늘 홀로 반짝거리는 용감한 작은 별처럼, 싸늘한 지면을 오르는 이른 봄 연둣빛 새싹처럼, 마음속 깊이 도둑처럼 웅크리던 두려움을 찾아 내치고 있었다 비어 있는 눈으로 당신을 향하던 수줍은 얼굴처럼 창백했던 내 인생에 홍조가 띠기 시작했다 비로소 세상은 내게 봄꽃 핀 언덕이 되었다 이제 나는 거대한 시간의 강줄기와 함께 흐르고 있다 그것이 수마처럼 당신과 나의 추억들을 하나씩 삼키기 ..
봄 여름 가을 보내며 겸손한 마음으로 꽃 피울 계절을 기다리는 겨울은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모든 삶을 한 번씩 죽이는 계절 삶은 죽음을 딛고 탄생하는 것 나의 죽음 또한 누군가의 삶이 된다면 삶과 죽음의 징검다리 노래하며 건너가리